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소협)는 2016년 11월 9일(수) 오후 2시부터 서울YWCA 4층 대강당에서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열풍, 허와 실’ 소비자포럼을 개최하였다. 이번 포럼은 좌장 이향기 위원장(소협 식품안전위원회)의 진행으로 강재헌 교수(인제대학교 백병원 가정의학과)의 ‘건강정보프로그램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주제 발표가 있었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유순집 이사장(대한비만학회,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박용순 학술이사(한국영양학회,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김동섭 기자(조선일보), 정진이 과장(식품의약품안전처 영양안전정책과), 이수현 실장(소비자시민모임)이 토론에 참여하였으며, 포럼 내용을 요약하여 게재한다(편집자 주).
발제. 건강정보프로그램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강재헌 교수 인제대학교 백병원 가정의학과
자극적인 주제에 대해 근거가 부족한 건강정보로 포장하는 경우, 일반적인 상식과는 반대의 내용을 전문가를 통해 방송하게 된다. 예를 들면, 간헐적 단식, 1일 1식 등이 있다. 처음에는 잠시 효과가 있어서 했지만, 현재는 하고 있지 않다.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문제는 탄수화물을 줄이니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일부는 체지방과 함께 수분이 빠지는 단기적 탈수로 이어지며, 한 달 정도 지나면 두통과 피곤함으로 인해 단 것을 너무 먹게 된다. 또한 이 다이어트는 포화지방을 많이 먹어도 된다고 하는데, 이러한 경우 장기적으로는 고지혈증과 심혈관증이 생기는 부작용이 생긴다. 1일 1식 다이어트는 조금씩 굶으면 젊어지고 오래 산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는 한 성형외과 의사가 주장한 내용인데, 논리의 비약을 통해 효과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논문 중에는 이러한 결과가 없으며, 이 다이어트는 부작용이 많고, 위장질환, 폭식, 간식, 야식을 증가시켰다. 공포마케팅도 문제다. 밀가루를 주식으로 하는 외국의 경우 글루텐 프리 제품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이 빵이 아니니,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방송에는 글루텐이 위험한 것처럼 보도하였다. 하지만 글루텐 프리 제품을 꼭 먹어야 할 이유가 없다. 글루텐을 제거하면 식이섬유 등 좋은 성분도 함께 제거되기 때문이다. 식품을 약으로 혼동하게 하는 것도 문제다. 매실, 봉침 등이 효과가 있다고 하면서 약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식품은 식품일 뿐이다. 상업적 목적으로 불공정한 비교를 하는 경우도 있다. 렌틸콩이 대표적인 예이다. TV에서 렌틸콩에 대한 내용이 나온 후, 홈쇼핑에서 바로 렌틸콩을 광고하면 구매율이 높아진다. 그런데 렌틸콩의 효능에 대해 마늘, 양파와 비교한다. 렌틸콩을 비슷한 콩, 곡물류와 비교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짚어보면, 자칫 건강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소비자의 건강을 망칠 수 있다.
발제 이후에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열풍에 대한 지정 토론이 이어졌다.
미디어와 함께 전문가도 올바른 건강 지식 전달을 위해 노력할 것
유순집 이사장 대한비만학회,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고지방다이어트는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에게 알려준 것과는 다른 식습관이라서 혼란을 겪고 있다. 그만큼 방송의 위력이 컸고 이번 문제는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아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서 회의를 진행하였으며, 여러 학회와 함께 공동성명서까지 내게 되었다. 의학은 근거중심이다. 과학적인 증거를 만들고 토의해서 의견이 적절하다고 할 때 받아들이는데, 70%의 지방을 먹어도 된다는 근거에 대해서는 논문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방송에서는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한 내용을 다루었는데, 이는 일상적인 내용은 아니고 제한된 경우이다. 방송에서는 지방을 많이 먹어도 동맥경화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고지방 다이어트의 경우 동맥경화가 우려된다. 방송은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대중에게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야할 것이다. 피해가 발생할 경우, 누구에게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가. 앞으로 미디어와 함께 전문가도 건강 지식 전달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본인과 비만학회는 전문가로서 성명서도 내고 학술적으로 지원하는 일도 진행할 것이다. 소비자에게 적절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고지방 식이요법, 근거 부족해 건강에 이롭다고 할 수 없어
박용순 학술이사 한국영양학회,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방송에서는 ‘고지방 식이를 하니 저지방 식이를 할 때보다 살이 더 많이 빠졌다’고 했다. 최근에 이와 관련하여 2015년에 닥터홀이 논문을 냈다. 논문 내용은 50% 지방 섭취, 8% 지방 섭취를 비교했다. 19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6일간 했다. 둘 다 에너지 섭취량을 줄였는데, 그 결과 8% 지방 섭취를 한 사람은 1.3kg 빠지고, 50% 지방 섭취를 한 사람은 1.8kg 빠졌다.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지만 0.5kg를 더 빼기 위해 42.8%p의 지방을 더 섭취했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영양소 권장량은 15~30% 정도 지방을 섭취하도록 한다. 이 연구에서는 8% 지방 섭취를 했는데, 이는 너무 적은 양이다. 닥터홀의 실험은 권장량보다 훨씬 적게 지방을 섭취했으며, 19명을 대상으로 6일간 실험한 것에 대해 일반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같은 실험 내용의 30개 연구를 합쳐서 분석한 메타분석 결과를 보면, 지방 32.0~50.0% 섭취군과 18.5~30.0%군 비교시 초반에는 적게 먹는 경우, 12개월이 지나면 32.0~50.0% 지방 섭취시, 포화지방과 트렌스 지방으로 인해 중성지방이 높아져 고지방을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이롭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심혈관질환학회, 유럽 심혈관질환을 연구하는 의사모임, 한국 지질동맥학회는 지방 섭취를 25~35%로 권장한다. WHO(세계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15~35%로, 한국영양학회는 15~30%가 적정하다고 권장한다. 어느 기관도 고지방을 권장하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방식대로 버터와 삼겹살을 많이 먹게 되면 포화지방을 많이 섭취하게 되는데, 많은 기관에서 ‘포화지방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며 모든 과학적 근거는 ‘지방 섭취를 피하라’고 한다. 이러한 과학적 의견을 믿어야 한다.
방송, 언론 매체의 심의기관과 시청자위원회 통해 문제점 개선시켜야
김동섭 기자 조선일보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모을 때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이 있는데, 찬성하는 경우는 소수일지라도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찬성하는 전문가를 찾아서 인터뷰를 한다. 모든 측면은 긍정, 부정적인 면이 모두 있지만,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부작용에 대한 내용은 없애거나 간단히 언급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와 같이 취재를 진행하다보면 전문가들도 편협한 쪽으로 가는 맹점이 있다는 것이다. 언론과 함께 방송 매체에 빈번하게 출연하여 근거 없는 치료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일부 의사를 지칭하는 쇼닥터(Show doctor)도 문제가 된다. 한 쇼닥터가 징계 대상이었는데, 방송에서 ‘내과 전문의’라고 표기되었으나 실은 ‘일반의’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은 단기적인 내용만 보여주고, 다이어트의 종류가 얼마나 많이 있는지, 효과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한 추적을 장기적으로 하지 않는다. 방송, 언론 매체에는 자율심의기관이 있어야 한다. 식품 등 각종 분야에서 비정상적인 내용을 걸러낼 장치가 없다. 언론에서는 잘하던 못하던 논란만 불러일으키면 성공이라고 한다. 논란을 일으키면 프로그램의 성과가 높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방송에는 시청자위원이 있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위원들이 문제점을 짚어야하고 성명서를 상시적으로 내며, 건강기능식품과 의학 등과 관련하여 문제가 될 수 있다면 시청자들이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례로 어떤 프로그램에서 몇 번이나 담배를 피웠는지, 모니터링해서 발표하여 드라마에서 담배 피는 장면을 사라지게 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정부에서는 시민단체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전문가는 합의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이수현 실장 소비자시민모임
미디어를 통한 건강정보프로그램은 소비자에게 영향을 끼친다. 방송 후 버터는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고, 또한 소비자 중 일부는 밥을 먹지 않거나 적게 먹는 등 소비자의 식생활에 영향을 끼친다. 소비자는 정보가 전문가를 통해 전해지면 더욱 신뢰를 하게 되는데, 방송에서는 국내전문가들이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의학적으로 검증되고 효과가 있었다”고 인터뷰하였다. 몇몇 전문가는 “직접 실천했더니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었다”고 방송에서 발언하여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높였다. 그러나 최근 ‘건강에 문제가 된다’는 전문가의 입장이 발표되어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소비자는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었을 것이라고 여기므로, 전문가는 합의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디어는 국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사는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무시하지 못하겠지만, 정확한 정보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식약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국에 정확한 건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니터링을 강화해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미디어의 오락성으로 인해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흥미 위주로만 제작하면 안 되며, 미디어에서 그 동안 제공한 정보를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왜곡된 정보를 수정하고 필요한 정보 제공하도록 정부의 역할 확대 노력
정진이 과장 식품의약품안전처 영양안전정책과
WHO나 영국, 미국에서는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는지를 살펴본 결과, 해외에서 이 다이어트의 효과에 대해 동의한 내용이 없었다. 그리고 국내 전문가의 의견을 질의해보니, 비만학회와 영양학회에서의 공식적 입장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에서 5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2015년 <한국인의 영양섭취>에서도 ‘탄수화물은 55~65%, 지질 15~30% 단백질 7~20%를 섭취하도록 권장’했다. 결론을 내자면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갖춘 양질의 식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왜 이렇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정보가 범람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니, 고령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돌입하면서 국민이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해서 건강 정보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 것 같다.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경제협력개발기구)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의 건강염려증이 점점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관련 정보에 대한 갈구가 높아지면서 연예인, 스타 쉐프, 전문가 등이 검증되지 않는 내용을 미디어에 쏟아낸다. 실제로 쇼닥터(show doctor)들이 문제가 된다. 최근 의료법시행령이 개정되었는데, 66조의 의료인의 품위손상 부분에 ‘식품,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 건강의학정보를 거짓으로 제공하는 행위’가 추가되었다. 정부에서는 규제만 할 수 없기 때문에,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식약처에서는 영양아카데미를 운영하였다. 전문가가 건강에 관심이 있는 국민을 모집하여 잘못 알고 있는 정보를 고쳐주고, 정보가 범람할 때 맞는 정보를 찾아내는 활동을 하였다. 즉 왜곡된 정보는 수정하고 알고 싶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큰 역할이며, 이를 확대해야 한다. 소비자문제는 정부가 관여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미디어는 정보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우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소비자는 정보를 판단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모았으며, 앞으로도 소비자의 건강 증진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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