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욕망의 사회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버젓이 자행된 국정농단, 헌법질서의 파괴를 목도하면서 국민들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민(民)의 힘으로 이룩한 민주주의의 고귀한 결실이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경험했다. 세월호 사태가 900일을 넘겼고, 백남기 농민이 사망했다. 국정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보장하였고 일개 사인(私人)이 통일, 안보, 외교 등 국가의 주요 정책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확인되어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며 특검이 활동을 시작했고, 국회에서 의결한 대통령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대의민주주의 요소가 있다. 헌법에 명시된 대로 주권의 소유자인 국민이 법절차에 따라 대리인(대의기관)인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대통령 등을 선출하고 국가경영을 맡겼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국정농단이라는 현실 앞에 놓여 있다. 올 한 해 있었던 우리 사회의 주요한 사건을 볼 때, 이 ‘정치’의 영역이 소비자운동의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국민은 세금을 냈기 때문에 그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가의 운영을 감시할 권리가 있다. 또한 국민은 국가의 정책생산이라고 할 수 있는 계획과 집행 과정에서 소비자인 국민에게 마땅한 정책상품을 생산했는지, 공정거래를 했는지 살펴볼 수 있으며, 위법적인 요소가 있다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소비자운동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산과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만들어 팔고 사는 일차적인 상호행위 외에, 그 행위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적 정당성이라고 할 수 있는 법 준수 여부, 여타의 권리보장 등 다양한 여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광화문 촛불집회에 한 번이라도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어찌하여 이렇게 많은 국민이 한 목소리로 질서 있게 대통령 하야를 외칠까’에 대해 느끼게 된다. 그들은 커다란 정치의식이 있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국정운영의 기본 틀이 깨졌으며, 거기에 연루된 수많은 사람이 문화, 교육의 영역까지 불의한 방법을 동원하여 국가를 지배하려 했다는 점에 분노한 것이다. 일반 국민, 보통의 사람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국가 운영의 절차적 위법성 등에 대한 공분이 합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립 40주년을 보낸 소비자단체협의회에 소속된 우리 단체들은 소비자권리를 지키기 위해 제각기 열심히 소비자운동을 일구어 왔다. 즉 안전할 권리,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선택의 권리,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할 권리, 피해 보상을 받을 권리, 소비자 교육을 받을 권리, 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할 권리,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지칭하는 소비자의 8대 권리 말이다. 국가적으로는 쓸쓸한 이 겨울, 광화문의 거대한 함성을 소비자운동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니 이러한 소비자의 8대 권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