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연 화 ● 한국소비생활연구원 원장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위원회 공동위원장 |
|
FTA로 인한 소비의 구조적 변화와 시장 확대
우리나라 시장이 글로벌 마켓이 되었다는 것은 마트의 과일 코너에 전시되어 있는 다양한 품목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과거에 여름 제철 과일로 수박, 참외에 불과하던 품종이 이제는 체리, 망고, 바나나 등 다양한 수입품종과 함께 다양하게 제공되어 서민생활에 밀접하게 스며들어 있다. 이는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가 추구하는 제품 및 서비스 생산과 소비의 구조적인 변화 및 시장 확대 효과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최근 세계 무역환경은 갈수록 급변하면서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한 RTA(Regional Trade Agreement, 지역무역협정) 확산과 WTO(World Trade Organization, 세계무역기구), DDA(Doha Development Agenda, 도하개발어젠더) 등 다자무역협상의 교착상태로 인한 개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EFTA(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 유럽자유무역연합), ASEAN(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동남아시아국가연합), EU(European Union)뿐 아니라 인도, 페루, 미국, 터키 등 2015년 6월 현재 총 49개국과의 FTA가 발효되어 경제영토가 57.3% 확대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FTA 시행 후 나타난 변화
FTA 효과는 경제성장의 가속화와 정치·외교적 유대 강화, 시장의 창출과 선점, 해외 직접 투자 유치 등 여러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으나, 가장 소비자에게 와 닿는 것은 소비자가 어떤 특정 상품에 대해 지불의향가격보다 실제 시장가격이 낮게 나타나 소비자 후생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즉 시장가격이 소비자가 지불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가격보다 낮아져 소비자 만족이 높아지면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며,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물품을 선택·소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관세 인하로 인한 수입품의 국내가격 인하와 국내 시장에서 국산제품과 동일한 종류의 수입 제품간 경쟁으로 추가적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하여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FTA에 따른 변화가 주는 소비자 이익은 가격 인하와 소비자 선택의 폭 증가 및 상품시장의 확대이다. 또한 여러 상품의 자율적인 시장 개방에 따른 제도 개선이 소비자 권익과 편익을 증대시킨다. 특히 서비스 시장의 개방은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인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FTA 확대는 일자리 창출과 국내 산업에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한다. 우리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FTA로 인한 오렌지, 체리, 와인, 승용차 등 상품의 가격인하와 선택의 다양성 확대 등을 통해 소비 생활의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왜곡된 소비문화 등으로 인해 14,400원 정도의 와인 한 병이 몇 천만 원의 비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되는 등 가격왜곡 현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FTA로 인한 관세 철폐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와인 가격 경쟁이 가능해져 우리의 의식과 소비문화를 바꾸고 시장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FTA로 인한 관세인하 및 철폐 효과에 따라 해외직구가 활성화되고 수입상품 소비가 다양화됨으로써, 가격인하 효과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하여 소비생활의 편익을 분명히 증가시켰다. 소비자는 해외 직구를 통해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로운 나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고, 스스로 인터넷 시장을 찾아다니며 나만의 쇼핑을 즐긴다는 자부심으로 온라인 시장을 활용하는 소비자층이 매우 많게 나타나, 2015년 1월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그 시장 규모는 1,553만 건, 15억 4천만 불에 이르고 있다.
해외직구 방식은 소비문화 및 구매방식에도 큰 혁신을 가져왔다. 그동안 소비자단체에서는 명품선호와 소비의 양극화 및 베블렌 효과를 부추기는 왜곡된 소비문화를 경고하고 전환시키기 위한 캠페인 등을 활발히 진행해왔다. 이와 함께 FTA 이후 관세인하 효과로 인한 온라인 해외 쇼핑 활성화가 자연스럽게 합리적 소비문화로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과 더불어 FTA는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FTA 체결로 인해 우리나라 쇠고기 이력제, 원산지 표시 확대 등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혜택을 주는 제도들이 도입·시행되고, 우리의 소비생활을 다양하고 풍요롭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 선택과 후생 증진을 위해 제도적 장치 및 모니터링 필요해
이제는 세계가 한 지붕 밑에 하나의 시장으로 좁혀져가고 있고, 세계 각국에서 더 밀착된 지역주의 확산에 따른 개방의 물결과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각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 식품 등을 생산하여 전 세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주하고 있다. 결국 치열한 시장 경쟁의 무대가 펼쳐지고 소비자는 더욱 더 만족과 질적 후생을 높이는 선택을 위해 자신의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여 신중한 판단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더 커지는 개방 시장에서의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최선의 선택을 담보할 수 있을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혼란을 줄여주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인증 및 증명제도 또는 원산지 및 이력 추적제, 표시제도, 글로벌 기준의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 표준화 등과 같이 소비 선택의 혼란과 부담을 덜어주고 두려움을 완화할 수 있는 완충제적인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FTA 체결국 제품의 관세 인하 효과가 국내 소비자 가격에 적절히 반영되어 실질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가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실제로 한·미 FTA 발효 후 가격하락을 기대했던 와인, 맥주, 가전제품 등 몇몇 품목이 관세가 철폐된 후에도 판매가격을 동일하게 유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실태조사를 착수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FTA의 효과가 제대로 소비자후생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수입되는 제품의 해외시장가격 및 유통구조를 파악하고, 수입업자가 사재기 등을 통해 임의로 가격을 조정할 수 없도록 시장 감시 시스템이 운영되어야 한다.
|